게임 개발의 첫걸음, 아이디어를 현실로
어느 날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느낀 것이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이 외국에서 제작된 것이고, 규칙도 복잡하거나 너무 익숙해져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나만의 보드게임 제작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게임이란 단순히 재미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규칙, 밸런스까지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떤 주제로 할 것인가’였다. 나는 사람들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원했고, 한국의 전통 이야기와 현대적인 상황을 엮어 보기로 했다. 게임의 배경은 가상의 마을로 설정했고, 마을 사람들이 협동하여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캐릭터 설정, 행동 카드 구성, 주사위 활용 방식 등을 차례대로 구상했다.
게임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이었다. 규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게임은 금방 흐지부지해지고 재미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글로 설명하는 방식 외에도 실제 흐름을 시뮬레이션해보며 규칙을 계속 다듬었다. 첫 규칙 초안은 너무 복잡해서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고, 그 뒤에는 너무 단순해서 금방 끝나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딱 40분 안에 끝나며, 한 판 안에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흐르는’ 구조를 완성해 갔다.
나만의 보드게임 개발은 머릿속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규칙을 만들고, 흐름을 설계하며, 게임판과 카드를 직접 그리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휘된다. 이 첫 단계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두근거리는 시작이기도 하다.
디자인과 프로토타입, 게임의 얼굴을 만들다
보드게임은 눈으로도 즐기는 놀이이다. 그래서 게임의 시각적 요소, 즉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간단한 아이콘과 캐릭터를 직접 그려보았다.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마을 주민 캐릭터는 의사, 농부, 상인, 경찰 등 다양하게 구성했고, 각 캐릭터에 따라 고유 능력을 부여했다. 능력은 너무 강하면 안 되고, 무쓸모여도 안 된다. 밸런스를 고려하면서 각각의 능력을 수차례 수정했다.
그 다음은 프로토타입 제작이었다. 종이와 프린터만 있으면 초기 시제품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임판은 A3 용지에 나누어 인쇄해 붙였고, 카드와 토큰은 두꺼운 종이를 잘라 만들어 사용했다. 조잡하지만 직접 만든 첫 프로토타입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 손으로 처음부터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는 단순히 ‘예쁜가’가 아니다. 정보의 전달력도 매우 중요하다. 카드에 적힌 정보가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게임에 몰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텍스트 크기, 색상 대비, 시선 이동 경로까지 고민하며 반복 수정했다. 특히 협동 카드나 재난 이벤트 카드 등 게임의 전환점이 되는 요소는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구분되도록 강조했다.
프로토타입 제작은 단순한 작업 같지만 실제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과정이다. 완성도 높은 시제품을 만들수록 이후 플레이 테스트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문제점을 더 명확히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손길과 고민이 필요한지를 절감했다.
친구들과의 테스트 플레이, 완성을 향한 마지막 관문
게임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실제로 플레이해보지 않으면 결코 그 완성도를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시제품을 들고 모임을 가졌고, 드디어 첫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했다. 기대도 컸지만 걱정도 많았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규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까. 혹시 지루하거나 너무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게임을 진행했다.
첫 번째 플레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설명 시간’이었다. 내가 만든 규칙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은 중간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몇몇 규칙은 설명해도 바로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설명서를 좀 더 간결하게 바꾸고, 각 캐릭터나 카드에 직접 간단한 요약 문구를 넣기로 했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훨씬 더 매끄럽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을 하다 보니 캐릭터 간 능력 밸런스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특정 캐릭터는 지나치게 유리했고, 어떤 캐릭터는 중반 이후 존재감이 없었다.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아 각 능력치를 조정하고, 게임의 흐름에 따라 전략적으로 변화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변경했다. 예를 들어, 일정 턴마다 능력을 바꾸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했다.
테스트를 통해 또 하나 배운 점은 ‘재미는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플레이어들이 협력하면서 긴장감을 느끼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경쟁 요소에 더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고 일부 규칙을 수정했다. 이처럼 플레이 테스트는 게임 개발의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테스트를 거듭할수록 게임은 점점 다듬어졌고, 마침내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검토가 아닌, 함께 창조하고 완성해가는 공동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