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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방: 특정 아이템 컬렉션 소개

by noon 2025. 7. 4.

첫 수집의 설렘, 빈티지 카메라와의 운명적 만남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낡고 오래된 물건에 유난히 끌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취향이 되었고, 결국 하나의 ‘수집’이라는 취미로 자리잡았다. 그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바로 빈티지 카메라였다.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감성을 지닌 이 오래된 기계들은 단순한 촬영 도구를 넘어서 시대의 공기와 철학을 품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손에 넣은 빈티지 카메라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1960년대 필름 카메라였다. 친구의 외삼촌이 물려준 것이었는데, 렌즈는 조금 흐릿했고, 셔터는 약간 뻑뻑했다. 하지만 그 무게감과 차가운 금속 바디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 필름을 끼우고,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일련의 동작은 마치 의식을 치르는 듯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 첫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그 이후로 나는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연대의 빈티지 카메라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벼룩시장, 온라인 경매, 외국의 골동품 상점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지만 그 모든 과정은 오히려 나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다. 어떤 카메라는 전쟁터를 누볐을 수도 있고, 어떤 카메라는 가족의 결혼식을 찍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나는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을 수집하게 되었다.

수집가의 방: 특정 아이템 컬렉션 소개

만년필 한 자루에 담긴 시간, 한정판 수집의 매력

카메라 못지않게 내가 애착을 가지고 수집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만년필이다. 볼펜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지닌 만년필은 글을 쓰는 도구를 넘어 나의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어왔다. 특히 한정판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서 예술작품 같은 느낌마저 준다.

처음 만년필 수집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히 고서점에서 발견한 오래된 가죽 펜케이스였다. 안에는 1950년대에 제작된 일본산 만년필이 들어 있었고, 그 고전적인 디자인과 섬세한 펜촉의 곡선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만년필이라는 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그 뒤로는 다양한 브랜드의 클래식 라인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와 협업하여 만들어진 한정판까지 수집의 폭을 넓혔다.

한 자루의 만년필에는 당시의 기술력, 미적 감각, 그리고 시대적 흐름이 담겨 있다. 어떤 만년필은 황동 몸체에 수작업으로 새겨진 문양이 인상적이고, 어떤 만년필은 독일의 장인이 만든 수제 펜촉이 특징적이다. 또한 만년필마다 잉크의 흐름이나 필감이 달라, 같은 글씨를 써도 느낌이 전혀 다르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펜촉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그 만년필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수집한 만년필 중에는 단종되어 더는 구할 수 없는 귀한 모델도 많다. 그래서일까, 이 작은 필기구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닦고 관리할 때마다 마치 과거의 시간을 손에 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어떤 첨단 도구도 주지 못하는 이 감성은, 수집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소유를 넘어 ‘기억을 간직하는 방식’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수집의 의미, 공간을 채우는 이야기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왜 그런 오래된 물건을 굳이 모으느냐고. 처음엔 예쁘고 멋져 보여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수집’이란 단어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수집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시간, 사람의 흔적을 간직하는 일이었다.

카메라와 만년필은 대표적인 수집 아이템일 뿐이다. 어떤 이는 오래된 LP를 모으고, 또 다른 이는 오래된 지도를 모은다. 중요한 건 무엇을 수집하느냐보다 왜 수집하느냐에 있다. 나는 나만의 컬렉션을 보며,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이 사용했는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것은 마치 작은 박물관 안에서 나만의 역사와 예술을 만나는 경험과도 같다.

수집품을 보관하는 나의 공간은 단순한 ‘방’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 ‘기록의 공간’이며,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때로는 친구나 지인들이 찾아와 물건 하나하나를 보며 놀라워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수집의 의미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수집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물건을 찾고, 옛것을 복원하고,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수집의 여정은 끝이 없다. 그 끝없는 여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잊고 있던 것들을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 방 가득 쌓인 이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도 의미 있는 기억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