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햄릿, 대학생의 내면 갈등으로 다시 태어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이 담겨 있다. 복수와 배신, 사랑과 광기,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는 시대를 초월해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다시 읽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생 주인공의 이야기로 재구성해보았다.
현대의 햄릿은 서울의 한 대학교 철학과에 재학 중인 20대 후반의 남학생이다. 그는 최근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와 재혼했다. 이 설정만으로도 원작의 구도를 그대로 옮길 수 있다. 다만 현대의 햄릿은 왕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는 부조리한 현실, 부모 세대의 가치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 새로운 햄릿은 복수 대신, SNS와 블로그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 한다. 그의 글과 영상은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급기야 학교 신문에까지 실리게 된다. 하지만 진실이란 늘 누구에게는 불편한 것이기에, 그는 학내에서 불이익을 겪고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결국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자신을 괴롭히던 ‘죽느냐 사느냐’의 물음을 극복하려 애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내면의 화해’를 선택한다.
이렇게 재해석된 햄릿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로 탈바꿈된다. 고전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독자에게 공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재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한다. 셰익스피어가 의도한 것은 단지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해석은 그 본질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청년 실업자의 심리 드라마로 각색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인간 내면의 윤리와 죄책감을 다룬 걸작이다.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는 러시아라는 시대적 배경보다 인간 본연의 고민에 더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작품을 서울의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 실업자의 이야기로 각색해 보았다.
주인공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에 실패하고, 학자금 대출과 가족 부양의 부담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늘 신문을 뒤지며 구직 활동을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을 조롱하던 대출업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게 되고, 그 사람은 병원에서 사망한다. 이 사건은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라스콜니코프가 저지른 살인과 닮아 있다. 하지만 이 현대판 라스콜니코프는 철학적인 사유보다는, 생존에 밀린 죄책감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한다.
작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그가 알바를 하던 작은 책방의 여사장과 나누는 대화이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점차 자신을 용서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를 얻는다. 결국 그는 경찰에 자수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벌’이란 것이 단지 형벌이 아니라, 자각과 회복의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현대적 배경 속에서 재구성된 죄와 벌은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고통과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은 고전 문학 속 인물들의 내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스토옙스키의 통찰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이 각색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 고전소설 춘향전, 젠더 관점으로 다시 쓰다
춘향전은 한국 고전소설 가운데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시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춘향의 정절과 이몽룡의 의리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의 시선에서는 여성의 주체성과 계급 구조, 성 역할의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현대의 도시 청년 연애담으로 바꾸어보았다. 춘향은 전통예술을 배우는 문화센터 강사이고, 이몽룡은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청년이다. 두 사람은 강좌 수강을 통해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만, 사회적 배경 차이와 부모 세대의 반대에 부딪힌다. 특히 춘향은 계약직 신분이기에 미래가 불확실하고, 이몽룡은 안정된 삶을 원한다는 갈등 속에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이야기의 핵심은 옥에 갇힌 춘향이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춘향의 모습이다. 그녀는 이몽룡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독립적인 문화 기획자로 성장한다. 이는 과거 이야기에서 수동적 위치에 있었던 춘향을 능동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다.
춘향전의 현대적 재구성은 단지 시대 배경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인물의 관계성과 선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전통적 정절 개념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 작품은 고전 속에 머물던 정형을 깨고 새로운 서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몽룡 또한 단순한 구원자가 아닌, 동반자 관계를 이루는 인물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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